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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 빠진 재난방송, 방송사만의 잘못인가

안전 이야기

by 칼럼리스트 강철 2019. 4.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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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 빠진 재난방송, 방송사만의 잘못인가

- “수어대변인제도 도입 적극 검토해야 -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44일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관련한 방송사들의 재난보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재난속보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 내용 또한 단순 상황중계 수준에 그쳐서 실질적인 재난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여전히 일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해 정정하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단체 등에서 줄곧 요청했던 수어통역을 포함한 재난방송은 이번에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국가재난주관 방송국인 KBS에서 조차 수어통역 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청각장애인들이 사실상 재난정보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재난방송에서 조차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과 관련하여 대부분 언론사가 화면을 가리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보다 솔직하게 말하면 방송사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그림이 안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그림의 문제 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시켜야 할 복수의 검증된 고급 수업통역사를 유지 할 비용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상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크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방송사에만 묻기도 어렵습니다. 일반국민들이나 청각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재난방송 시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듯 인식되지만 현실적으로 방송사가 재난방송에서 즉시 수어통역을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재난정보 수어통역 제공을 방송사들에만 기대는 것은 정부의 올바른 모습도 아닙니다. 다른 일상적인 정보제공의 경우는 차차하더라도 중요하고 급박한 재난정보를 제공할 때에 한정해서라도 정부차원의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하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재난대응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재난정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사가 배석하여 자체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한 발 더 나아가 재난관련 브리핑 시 발표자와 수어통역사가 함께 서서 말과 수어로 관련내용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평소에도 재난, 안전 정보를 수어통역 콘텐츠로 생성하여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발표를 정부 소속의 책임 있는 수어통역사가 전달하지 않는 것도 그 정확성과 공정성에 있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재난관련 정보라면 더욱이 그렇습니다.

 

근본적으로 왜 정보제공자인 정부가 아닌 정보전달자인 방송사가 수어통역을 해야 하는가?’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이나 한국수화언어법 등 현행법의 준수 차원에서라도 정부차원의 수어통역 제공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그것이 단순히 수어통역이라는 한정적 의미나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수어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정부부처에 수어대변인제도 도입을 고려한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입니다.

 

현 정부조직 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각 부처에 대변인을 두어 전반적인 소통 업무를 담당케 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중요해진 이후에는 “온라인 대변인직을 신설하였고, 조직체계 상 별도의 대변인을 두기 어려운 재난대응 기구에는 위기소통담당관을 두고 있기에 수어대변인제도 또한 정부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어대변인제도가 도입되고 재난 발생 시 재난관련 정보를 일반인과 동시에 수어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체계는 공중파 등 기성 언론사의 기능과 위상이 축소되고 SNS 등 온라인을 통한 정보전달이 활발한 현실에 보다 적합하고 효용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난정보 발표 시 수어대변인이 함께 발표하게 될 경우 기존에 방송사 단위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할 때와 달리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제공 할 때부터 수어통역이 제시되어 별도의 수어통역을 추가하거나 편집 작업 없이 촬영화면 그대로 온라인을 통해 제공/확산 할 수 있으므로 청각장애인들에게 그만큼 정보전달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업대변인이 함께 재난정보를 발표할 경우 방송사들이 그림이 안돼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부처에 일시에 수어대변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중앙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는 행정안전부나, 소방청, 해경청, 경찰청,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국방부 등 정부의 재난,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들부터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 재난, 안전관리 부처의 수어대변인제도가 도입되고 활성화 되고 재난정보 제공 시 수어통역이 제공되어 청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 수준이 한층 강화되길 바랍니다.

 

 

* 본 내용은 오마이뉴스에 함께 송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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